▲(출처=픽사베이)

야만인이라 불리던 롱고바르드족의 DNA 연구가 진행됐다.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지중해 지역에 롱고바르드족이 침략하기 시작한 시기는 로마 제국의 쇠퇴와 일치한다.

뉴욕 스토니브룩대학 생태 진화학과 크리슈나 베라마 교수와 연구진은 헝가리의 유적지, 이탈리아 토리노 근처의 유적지 등을 중심으로 롱고바르드족의 남은 DNA 샘플 63개를 모아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저널에 게재됐다.

헝가리 졸라드(Szólád) 지역에 있는 공동묘지에서는 412~604년경의 무덤이 39개 발견됐다. 연구진이 이곳에서 얻은 염기서열 데이터는 이전에 다른 고대 유적지에서 얻은 게놈 수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여기서 모은 남성 10명의 샘플은 전체 게놈 서열을 분석하기에 충분했다.

다른 유적지와 이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유골은 현대 유럽인과 관련이 있으나 현재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과는 관련이 없었다. 공동묘지에는 유럽 중부 지역 사람들의 조상뿐만 아니라 북부, 남부의 유럽인 조상들이 혼합돼 있었다. 또 북부 유럽인 조상의 게놈 서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대부분 수렵 채집인 및 대초원 양치기와 관련이 있었으며 남부 유럽인 조상은 신석기 시대 농부와 관련이 있었다.

무덤에 묻힌 사람들은 친족 관계에 따라 남자와 여자가 함께 묻혔다. 중앙에 배치된 남성들은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을 지니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목이 없는 말과 함께 묻혔다. 매장된 사람들이 살았던 기간은 롱고바르드족의 이주 기간과 일치한다. 연구진은 이주 기간에 대해 보다 명확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묘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출처=픽사베이)

로마대학 조르지오 만지 교수 연구진은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공동묘지 유적을 조사했다. 여기서는 500~700년경의 유골이 발견됐는데 이 유골은 무기를 든 다른 남성들의 유골과 함께 발견됐다. 또 목이 없는 말과 두 마리의 그레이하운드와 함께 묻힌 유골도 있었다. 

연구진은 오른쪽 팔이 잘린 남성의 뼈와 치아를 분석했는데, 당시에는 항생제나 진통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 남성은 상처를 입은 다음 면역체계에만 의존했을 것이다. 연구진은 남성의 잘린 팔 부분을 3D 모델로 복원했다. 팔이 전투에서 잘렸는지, 아니면 의학적인 이유로 제거됐는지, 범죄에 대한 형벌인지 여부는 뚜렷하지 않다. 남은 뼈의 마모 여부로 봐서 보철물을 사용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남자의 오른팔 부분에는 칼이 놓여 있었다. 연구진은 남자가 생전에 팔 대신 칼을 보철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롱고바르드족이 이탈리아를 침략한 야만인이라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부족 구성원의 편의와 복지에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인류 과학 저널에 발표됐다.

한편 중앙아시아 훈족이 유럽을 침략한 약 375년경의 일이다. 롱고바르드족이 이탈리아를 침략한 것은 대략 568년으로 보인다. 일부는 이 시기가 700~800년경에 끝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이탈리아를 침략한 이민족은 게르만족, 훈족, 슬라브족 등이었다. 568년경에는 알보인 왕이 이끌던 롱고바르드족이 이탈리아를 침략하기 시작했다. 572년에 파비아가 정복됐고, 이 지역은 이탈리아 롱고바르드 왕국의 최초 수도가 됐다. 롱고바르드족은 이후 200년가량 이 지역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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