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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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해군 참모총장에게 피의자 심문 시 개인정보 항목 기재는 범죄의 성립과 양형 판단에 기준이 되는 항목만 선별해 수집하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국방부 장관에게 각 군에 해당 사례를 전파하고 군내 피의자 신문제도 개선을 조속한 시일 내에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학창시절 동아리까지? 개인 정보 논란

진정인은 해군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심문할 때 진정인의 범죄사실과 무관한 진정인의 최종학력, 입대전 직업, 가족사항(가족들의 나이 및 직업 등), 종교, 주량, 흡연량, 생활정도(동산과 부동산 금액), 출신 고등학교, 학창시절 동아리 등 개인정보를 심문해 진정인의 사생활의 비밀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피의자 신문은 형법 및 형사소송법상의 근거규정이 있고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이 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의자에 모든 사항에 대한 신문이 언제나 허용된다고 볼 것이 아니라, 처분이나 양형에 참작할 수 있는 사항으로서 범죄수사 및 형벌권 행사의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피진정인이 진정인의 범죄 정상과 관련 없는 최종학력, 종교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한 것은 양형판단의 범위를 넘어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적법절차의 원칙과 기본권 침해의 최소 침해 원칙에 위반해 진정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 사건을 포함해 그 동안 군 수사기관에서 군 형사사건에 대한 피의자 심문 시 명확한 위임 법규의 근거 없이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20, 그리고 경찰청 범죄수사규칙68조 규정을 원용하여, 범죄의 정상을 판단하고 양형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 피의자의 개인정보를 관행적으로 기록해 왔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향후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군참모총장에게 관련 제도의 개선을 권고함과 동시에, 국방부 차원에서도 다른 군에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이 사건 사례를 각 군에 전파하고 현재 검토 중인 피의자 심문제도 관련 제도개선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종교주량흡연혈액형 모두 불필요한 질문

경찰청에서는 지난 해 2019829일 관련 지침을 발표하며 피의자 심문 시 해당 사건 및 피의자의 정상참작과 관련이 없는 불필요한 개인정보에 대한 질문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상태 확인 수준을 넘어 특이 질병이나,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등에 대한 질문은 수사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 외에는 지양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특이질병은 요양급여내역 부정수급 혹은 보험사기 사건 수사 관련, 피의자의 병원 방문 내역 및 질병명 등을 통해 허위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 등에 질문 가능하다.

종교는 특정종교와 관련된 범죄인 경우 등에, 혈액형은 범죄현장 등에서 혈흔이 발견돼 식별이 필요한 경우 등에, 정당사회단체 가입여부는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국가보안법·집시법 위반 사건 등 정당·사회단체 가입 여부 확인이 수사상 필요한 경우 등에, 특정 사이트 가입 여부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범죄인 경우 등에 한해 질문이 가능하다.

형법 및 형사소송법상의 근거규정이 있고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이 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피의자심문 시 확인한 진정인의 종교, 주량, 흡연량, 출신학교, 동아리 등의 정보들은 극히 개인적인 정보들이다. 수사상 필요한 경우 외에는 일률적으로 수집해서는 안 된다. 범죄사실과 정상에 관한 필요사항으로 반드시 심문내용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수사관행에 해당되어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적 장애인 피의자 방어권 보장해야

인권위는 피의자 조사와 관련해 수차례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8월에는 지적 장애인에 대한 피의자 조사 시 신뢰관계인 동석에 관한 권리를 고지하지 않아 당사자로 하여금 형사사법절차상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경찰 행위가 형사소송법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해 헌법10조 및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 및 형사절차에서의 적법절차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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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인권위는 해양경찰청장에게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조기에 식별해 적절한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수사단계 초기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식별방안이 미비한 것에서 기인했으며, 이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06일에는 경찰이 피의자를 경찰차량에 태워 법원으로 호송하면서 피의자에게 안전띠를 착용시키지 않은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안전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밝혔다. 당시 인권위는 경청장에게 피의자 등을 차량으로 호송하는 경우 피호송자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의 경우 주와 시 별로 피의자 호송 시 안전띠 착용과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다. 유진 경찰국(Eugene Police Department)과 필라델피아 경찰국(Philadelphia Police Department)은 피의자를 호송할 때 안전띠 착용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볼티모어 경찰국(Baltimore Police Department)은 경찰 차량에 사람을 태우는 경우 모든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호송 피의자의 안전 확보와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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