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전 세계로 불어닥친 미투운동과 이후 생겨난 타임즈업 운동으로 여성이 그동안 직면해야 했던 여러 성폭행이나 성차별적 문제가 점차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권력을 이용해 여성을 성적으로 억압했던 가해자들의 과거 행위가 대거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각종 비난과 처벌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리고 이는 여권 신장을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역시 직장 내 남녀 관계에 주목, 고위급에 있는 남성들이 여성 직원을 더욱 채용해 이들에게 승진을 촉진할 수 있는 과제나 프로젝트를 부여해 경력을 지원하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인터넷상에서 불고 있는 변화에도 불구, 여전히 여성은 직장에서 유리천장 및 여러 장애물에 직면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남성 직원의 거부감이 이전보다 더욱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비영리 기구 린인과 온라인 리서치 회사인 서베이몽키가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남성 관리자의 절반이 넘는 60%가량이 여성 동료와 정기적인 업무 및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특히 멘토링이나 일대일 근무, 사교 활동에서 거부감은 두드러졌다. 게다가 이는 지난해보다 33%나 증가한 수치다.

관리자급이 아니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반 남성 직원 역시 자신보다 더 낮은 지위의 하급 여성 직원과의 일대일 미팅을 일반 하급 남성 직원보다 12배나 더 주저한다고 답했으며, 함께 출장이나 외출하는 것은 9배나 더 꺼렸다. 업무 관련 식사에서도 남성 하급 직원보다 여성 하급 직원과 함께 하는 것을 6배나 더 많이 불편해했다.

이처럼 남성 직원들 여성 직원과 함께 업무 및 활동을 꺼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남성 응답자의 36%는 함께 하는 활동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인다"라고 답했는데, 이 때문에 여성 직원의 멘토링이나 친목 활동을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린인의 설립자이자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여성들은 오래전부터 남성들이 받는 동일한 멘토링을 제대로 받지 못해 왔다는 것. 또한 직장 내에서 일대일 멘토링 등의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하고서는 승진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WEF 역시 여성의 커리어에서 이러한 처사는 참담한 수준이라고 시사했다. 남성 직원들이 하급 여성 직원을 일대일로 만나는 것조차 꺼려한다면,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발휘할 기회를 아예 가질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는 결국 여성을 업무에서 간과하고 배제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WEF는 이러한 상황은 인재와 독창성, 그리고 생산성이 모두 낭비되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기업의 비즈니스와 직원 모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의 주된 요소를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미투와 타임즈업 운동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이 운동이 직장 내 여성과 남성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샌드버그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그동안 직장에서 발생했던 여러 성적 문제가 알려지면서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많은 여성이 그동안 침묵해야만 했던 일에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샌드버그는 또한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구를 막론하고 괴롭히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은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린인의 레이첼 토마스 대표는 이와 관련, 성희롱을 복잡한 문제로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권력의 역학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리더십이나 유색인종, LGBTQ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 더 필요하며, 현재 리더십이 가진 부정적인 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 안전하고 강한 작업장으로 이어지도록 여성이 이끌 수 있다는 견해다. 

대표는 또한 “직장 내 우수한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을 조력하거나 후원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이들은 자신이 직장 내 여성 차별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토마스 대표와 샌드버그는 현재 문제를 해결할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동의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리파이너리29 역시 직장 내 성평등을 완전히 실현하는 것이 아직도 먼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그중 한 가지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바로 현재 상황을 개선하려는 남성들의 의지가 없다면, 영원히 바뀌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토마스 대표는 여성 직원이 더 많은 리더십을 수행하는 조직의 수익이 더 높을 뿐 아니라, 직장 정책도 관대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성 동료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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