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래핀을 이용해 유체 내 물질들의 분자, 원자 단위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KAIST의 육종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유체 내 물질들의 분자 및 원자 단위 고해상도 전자현미경 기술로 인해 바이러스 및 단백질들의 상호작용 관찰 등 활용 방안이 다양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자빔을 광원으로 이용하는 전자현미경 기술은 일반 광학현미경보다 약 수천 배가량 높은 배율에서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품질 관리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생체 분자의 구조를 규명하는 데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고체 시료뿐으로, 액상의 경우 관찰이 거의 불가능했다. 전자현미경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진공 상태가 필요하다. 진공에서 쉽게 증발하는 액체 샘플은 관찰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액체를 얇은 막으로 감싸는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도 발견되었지만, 막에서 오는 전자의 산란으로 기존 투과전자현미경의 장점인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기란 힘들었다. 액체를 외부 진공으로부터 안정적이게 보호할 수 있는 구조체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액체를 관찰하는 것은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물고기를 선명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높은 투과도를 가지고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유리가 필요한 것처럼, 액상 투과전자현미경에서는 전자빔에 대해 투명하며 높은 진공 상태를 견딜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하다.

나노 입자 및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이미지(출처=KAIST)
나노 입자 및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이미지(출처=KAIST)

 

연구팀은 두께는 원자 단위이지만 강철보다 200배가량 강하며, 물질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그래핀 박막을 이용했다. 액체가 자유롭게 순환하는 환경에서 고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그래핀 나노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그래핀 두 층 사이에 액체를 가두는 그래핀 액상 셀 기술을 2012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해당 기술을 개선해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었다.

연구팀의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약 4기압에 달하는 압력차를 견딜 수 있으며, 기존보다 20배 빠른 액체 유동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기존 막보다 100배가량 얇은 그래핀이 전자빔에 대해 투명하기 때문에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박테리아와 생체 분자를 염색 과정 없이 온전히 관찰할 수 있었다.

유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들의 분자 단위, 원자 단위에서의 관찰이 수월해졌다. 그동안 관찰하지 못했던 액체 물질의 합성 과정을 밝히고 바이러스, 단백질의 상호작용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체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 섬유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지에 싸여있던 생명 현상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구건모 박사, 박정재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또한 지난 14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내지 삽화와 함께 게재됐다. (논문명 : Liquid-Flowing Graphene Chip-Based High-Resolution Electron Microscopy).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