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가장 독특한 환경을 지닌 남극은, 엄청난 저온으로 인해 남극 대륙뿐만 아니라 인근 바다까지 거대한 빙붕으로 뒤덮여 있다. 이는 남극 해안선의 약 44%가 빙붕으로 덮여있다고 한다. 그런데, 200~900m의 두꺼운 빙붕 밑 극한 환경 속에서 생물이 존재한다고 밝혀졌다.
 
칠흑같이 어두운 두꺼운 빙붕 밑, 과학자들은 그동안 이 환경에서 생물이 존재하는지 연구해왔다. 결국, 지난 17일(현지시간) 남극 대륙 웨델해 남쪽 가장자리 ‘필크너 론느 빙붕(Filchner Ronne Ice Shelf)’ 아래에 동물로 추정되는 생명체를 발견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필크너 론느 빙붕은 약 43만 제곱킬로미터의 넓이로 ‘로스 빙붕’ 다음으로 크다. 이 연구에 지질학자는 빙붕 위에서 뜨거운 물 드릴을 사용해 약 914m 길이의 얼음 구멍을 뚫고 그 아래 카메라를 넣어 조사했다. 연구원은 당연하게 진흙 바닥이라고 예상했지만, 바위에 부딪히면서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바위에 움직이지 않는 채 생존하고 있는 동물 군체를 발견했다는 사실인데.
 
이 군체는 동물로 분류되는 해면으로 독특한 환경에서 진화된 또 다른 종류의 바다 생물이라고 보고 있다.
 
이전에 빙붕 아래서 바다 벼룩이나 갑각류 같은 작은 동물이 소수 목격됐지만, 대부분 흘러가는 생물이었다. 이렇게 많은 수의 개체가 넓은 장소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아직 연구 중이지만, 해면에 퍼져 있는 다른 바다 생태계처럼 독특한 생태계가 구축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해면과 유사한 동물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론적으로는 해면을 닮은 이 동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식물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유기체를 먹어야 하는데, 햇빛이 전혀 없는 빙붕 속 극한 환경 속에서는 불가능하다. 이에 논문 주 저자인 영국의 휴그리피스 박사는 “과학자들이 아직도 배워야 하고 연구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라며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아직도 모르는 생태계 비밀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생물체가 발견된 바위는 빙붕을 벗어난 인근 바다로부터 약 241km에 위치해 있다. 플랑크톤과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최소 1600km 떨어져 있어 먹잇감이 도달하기 힘들다. 또한, 해류 방향도 달라 먹이를 어떻게 조달해 왔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호주 국립대학,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골웨이 아일랜드 국립대학 등이 참여한다.
 
이에 스피스큐 교수는 “만일 이 유기체가 처음부터 빙붕 아래 살도록 진화했다면, 향후 남극 빙붕을 통해 과거 지구상의 기후변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