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4월부터 하나은행 종합검사 착수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면서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규모가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OEM펀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하나은행 홈페이지 캡처)
하나은행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규모가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OEM펀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하나은행 홈페이지 캡처)

금감원이 321일 발표한 '사모펀드 사태 대응현황 및 향후 추진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환매 연기 펀드의 규모는 68479억원이다. 이 중 5대 펀드는 28845억원으로 전체 42%. 관련 분쟁민원은 1787건에 달한다.

이렇게 피해가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판매사인 은행이 개입되어 있었다. 사모펀드 수수료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하나은행은 사모펀드 수수료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무려 849억이나 챙겼다. 사모펀드의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 수수료만 보더라도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하나은행이 판매한 헬스케어 펀드는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은행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KBS취재에서 드러났다.

하나은행이 투자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하나은행이 투자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KBS가 보도한 하나은행의 OEM펀드 조성 의혹 (화면 캡처)
KBS가 보도한 하나은행의 OEM펀드 조성 의혹 (화면 캡처)
하나은행이 자사운영사와 은행간의 벽을 허물면서 소비자 이익이 침해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KBS화면 캡처)
하나은행이 자사운영사와 은행간의 벽을 허물면서 소비자 이익이 침해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KBS화면 캡처)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하나은행은 불법적으로 OEM펀드를 판 것이 된다. 본지는 사실확인을 위해 하나은행 홍보실 직원과 통화했으나 절대 OEM펀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하나은행 직원의 부인과는 달리 OEM펀드 조성이 사실에 가까운 정황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이 과거 2년간 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UK 펀드(영국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8개 총칭)'가 모조리 환매중단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두 펀드의 불완전판매를 넘어 OEM펀드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와 UK 펀드의 환매중단 규모는 총 2000억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OEM펀드란 주문자상표부착생산펀드로, 은행이나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에 명령·지시·요청해 만든 펀드를 말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OEM펀드는 금지돼 있다. 법으로 은행과 자산운용사 사이에 벽을 둔 건데, 이 벽이 허물어지면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자산운용사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은행이 상품 설계나 운용에 개입할 경우, 소비자보다 은행에 유리한 상품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NH농협은행이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 등을 통해 OEM펀드를 만들었다고 판단해 농협은행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나은행이 주력한 이탈리아 의료비 채권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는 1년 후 환매가 가능하다고 팔았는데, 현재 1100억 원 이상이 묶여 있다.

투자자 중 한 명은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100% 상환된다, 100% 보장된다. 지금 이탈리아 정부 안 망했는데 이렇게 된 거예요"라고 지적했다.

당초 '단기' 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모았는데, 실제로는 '장기' 채권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자신들은 판매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헬스케어 펀드 운용사의 말은 다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몇개 운용사를 대상으로 해서 이런 유사한 형태(헬스케어)의 상품을 하나 제안을 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고 밝혔다.

펀드 만기를 13개월로 설정한 것도 운용사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판매 은행에서 그걸 어떻게 고객들한테 판매했는지는 저희는 잘 알 수는 없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펀드를 판매만 해야 하는 은행이 펀드 설계와 운용에 개입했다는 정황이다.

펀드 환매중단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과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비슷한 펀드 구조 속에서 판매사가 은행권 중 오직 하나은행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TRS 제공 증권사와 국내 자산운용사는 JB자산운용, DB자산운용,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총 10여 곳으로 다양한 것과 대비된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은행과 증권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판매사가 많으면 판매를 위한 검증 기관도 많다는 뜻이다. 이번처럼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와 UK 펀드는 총 2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온전히 하나은행을 통해서만 판매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펀드를 최대한 많이 팔아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여러 금융회사를 방문해 펀드를 판매해달라고 영업을 한다""하지만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와 UK 펀드는 여러 자산운용사가 오직 하나은행에만 펀드를 판매해달라고 요청한 모양새인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OEM 펀드 의혹과 별개로 사모펀드 부실을 감추기 위해 은행이 돌려막기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하나은행이 헬스케어펀드 부실을 감추려 돌려막기한 정황도 나왔다. (KBS화면캡처)
하나은행이 헬스케어펀드 부실을 감추려 돌려막기한 정황도 나왔다. (KBS화면캡처)

하나은행이 20181월에 판매한 '라임 헬스케어' 펀드. 만기보다 빨리 230억 원을 조기상환했다. 장기채권에 투자됐기 때문에 상환이 어려웠는데도 투자금을 전부 돌려준 것이다.

그런데 조기 상환되기 직전, 하나은행은 새로 만들어진 또다른 헬스케어 펀드를 팔았다.

액수는 240억 원, 조기상환 펀드와 거의 같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나은행에서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이거를 조기상환을 하겠다고 했거든요? 신규자금 모집을 하고 환매자금을 맞춰주는 거죠"라고 말했다.

펀드 조기 상환이 어렵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돌려막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펀드 운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피해자들이 관련 사실을 검찰에 고소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부터 하나은행에 대해 종합검사에 착수한다.

하나은행 홍보실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금감원의 조사가 진행된 후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그 전에는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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