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촉발하고 있지만 여성에게서 그 정도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모린 세이레스 반 니엘 박사는 차별적인 임금 지불 관습과 고용,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증가, 사회적 낙인 및 인종주의에의 노출 등을 포함해 남녀 차별 이면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여성이 우울증과 불안에 더 취약한 데에는 호르몬도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일정양의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및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한다. 남성과 여성은 호르몬 구성이 다르며, 이 같은 차이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성의 생식 호르몬은 월경 주기 동안, 한 달 내내 변화한다. 월경 첫 날에는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수치 모두 낮다. 월경 주기 14, 배란 시기에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진다. 신체를 임신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프로게스테론 수치도 20배가량 높아진다. 하지만 여성이 임신하지 않으면 다음 주기 전까지 호르몬 주기가 급격히 낮아지고 주기는 다시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불안을 주관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갑상샘 호르몬, 코르티솔 및 옥시토신 같은 다른 호르몬 또한 불안이나 스트레스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두뇌에서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며, 남성은 월경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변동은 기분 변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중 약 80%가 월경 주기 하반기에 신체적 변화나 기분 변화를 느끼며 약 20%는 월경전 증상을 겪고 있다. 5~8%는 월경전 불쾌장애(PMDD)를 경험하고 있다.

월경전 불쾌장애란 월경전 증후군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심각한 문제를 일컫는다. PMDD는 월경이 시작되기 1~2주 전 중증 우울증과 불안, 짜증을 유발한다. 주기가 시작되고 2~3일 후에 증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임신하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출산 후 극적으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산후 우울증이 유발되며 짜증과 슬픔, 불안, 급격한 기분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1주 이내로 해결되지만,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세계에서 약 26,400만 명이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데 불안 장애 유병률은 남성(14.3%)보다 여성(23.4%)이 더 높다. 예를 들어, 2017년 미국의 불안 장애 유병률은 남성 4.76%, 여성 4.42%였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불안 장애 유병률은 남성 2.55%, 여성 5.02%였다.

폐경기에 접어들면 최대 10년 동안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겐이 일정하지 않게 요동을 친다. 여성 중 약 25%는 폐경기 동안 잦은 불안감과 짜증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NYU의과대학 모하메드 밀라드 박사는 실험쥐와 사람을 연구해 에스트로겐 수치가 증가하면 불안감에 대처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를 공포 제거라고 일컬었다. ,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불안감과 공포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 결과를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 트랜스젠더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트랜스젠더가 받고 있는 호르몬 치료로 불안감의 정도를 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밀라드 박사는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공포심 억제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르몬만으로 불안 격차를 설명할 수 없지만 호르몬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응급 피임법으로 에스트로겐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 성폭력 피해자는 치료를 받지 않은 피해자에 비해 향후 3개월 동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불안은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여성이 불안에 취약한 이유로 호르몬 작용을 들 수 있는 것처럼,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종합비타민제 복용, 사랑하는 사람과의 포옹 등으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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