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 그리고 윤리적 논쟁

2018-08-20     고진아

생물학적 측면에서도 철학이 존재한다. 즉, 생물학적 철학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인간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과 과학적으로 해야 하는 것의 집합점이다. 현재 이 생물학적 철학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정자 세포의 편집이다. 쉽게 말해 미리 아기가 태어나기 전 미리 조작을 통해 원하는 유전자의 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기술적으로 인간 게놈을 제어해 부모가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히 표현하고,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아기를 맞춤 설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유전자를 편집하는 유전자 가위의 안전성 여부와 윤리적 논쟁을 피해갈 수는 없다.

유전자 가위가 유발하는 문제점

사실 유전자 편집은 수년 간 발전을 거듭하며 실제로 그 가능성을 열었다. 이를 위한 최적의 도구는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다. 크리스퍼는 3세대 유전자 가위로, 특정 염기서열을 절단하고 편집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DNA 가닥을 절단하고 세그먼트를 붙여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문제는 이 기술이 윤리적으로 논쟁을 낳을 수 있는 부분에 사용됐으며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들 수 있다. GMO는 일반적으로 식량 부족과는 상관없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국가, 즉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가뭄으로 고통을 받으며 GMO로 식량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다른 가난한 국가와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과학자들이 DNA 유전자좌(DNA loci)를 부주의하게 삭제하거나 절단하면서 의도치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초래한 결과적인 변화는 해당 유기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의 웰컴 생어 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의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현재의 평가가 표적 Cas9 절단 및 복구 작업으로 생성된 잠재적인 유전자형의 상당 부분을 놓쳤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 중 일부는 유사 분열로 활성 세포의 많은 개체군의 체세포 편집이 이루어지면서 잠재적인 병원성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이들의 연구는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올로지에 발표됐는데, 절단효소인 Cas9와 관련한 경고를 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윤리적 논쟁

사실 올해까지 과학자들은 정자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정자를 유전자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었다. 그러다 뉴욕에 소재한 웨일 코넬의대(Weill Cornell Medicine) 연구팀에 의해 가능한 접근법이 발견됐는데, 정자를 파괴하지 않고 정자의 외피를 깨뜨리는 전기 펄스를 활용해 크리스퍼를 세포에 직접 전달, 편집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획기적인 방법은 현재까지 현대 의학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주목할만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 기술이 의미하는 무시무시한 가능성 때문에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기능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미리 없애버리는 옵션을 의미한다. 즉 출생 결함이나 기타 관련 선천적인 의학적 장애를 태아가 성숙되기에 앞서 편집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웨일 코넬대 연구소의 수석 과학자는 이와 관련해, 이론 상으로는 정자에 크리스퍼 가위를 성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남성이 전염시킬 수 있는 모든 단일 유전자 질환이 치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약 1만 개에 해당하는 유전 질환이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같은 설명은 마치 디자이너 도그처럼 인간 역시 디자이너 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다. 더 이상 과학은 소설이나 공상 과학이 아닌 현실에서도 그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예견을 미리 예측이라도 한듯, 미국국립보건원(NIH)는 오랫 동안 인간 배아에 대한 크리스퍼 가위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논쟁을 불식시키려는 제스처를 보여왔다. 영국 정부 역시 연구 목적으로만 인간 배아 편집을 허용했다.

그러나 최근 영국의 너필드 생명 윤리 위원회는 유전자 변형 인간 배아의 전망에 보다 관용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보고서는 인간의 유전자 조작에 접근하는 도덕적 및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인데, 1년 간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생명 윤리 학자들과 유전 학자들이 책임감있게 이러한 일을 다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너필드의 워킹 그룹 의장이자 버밍엄 대학의 윤리학, 법학 및 정보학 교수인 카렌 영은 게놈 편집 자체가 도덕적으로 수용되지 못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 위원회의 견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전자 기술이 유전적 최하층 계급을 등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오랫동안 존재해왔다고 말했다. 즉 유전자가 풍부한 사람과 유전자가 불량한 사람들을 탄생시키며 윤리적 치료의 기반이 되는 유전적 연대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에 대해 그러한 기술로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함정에 대해 법안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이론을 펼치는데 집중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