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제로 널리 알려진 엑스터시가 앞으로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 식품의약국(FDA)과 환각제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MAPS에서는 MDMA으로 알려진 파티용 환각제 엑스터시를 심한 PTSD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보조치료제로 사용하는 절차에 동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엑스터시의 3단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치료제 사용을 위한 FDA의 검토를 남겨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엑스터시는 미 약물집행관리부(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에 의해 가장 강력하게 규제되는 '스케쥴 1' 물질이다.

그러나 미 육군 퇴역장성 로리 K 서톤(Brig.Gen.Loree Sutton) 준장 등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빨리 도입하는 것이 좋다"며 엑스터시의 사용을 지지하고 있다.

뉴욕시를 대표하는 참전용사이기도 한 서튼 준장은 미군내 PTSD의 심각성과 범위는 상상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PTSD는 병사들이 동료 병사가 부상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것을 목격함에 따라 오랫동안 미국 군대의 문제였지만, 최근의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미군 병사가 참여한 결과, PTSD는 거의 전염병 수준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 참전용사의 11%,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용사의 20%가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에 걸쳐 전쟁에 노출된 참전용사에게는 졸로푸트(Zoloft)와 팍실(Paxil) 등 승인된 PTSD 약물이 잘 듣지 않는다.

예일대 정신과 의장이자 PTSD 국립센터 소장 존 크리스털 교수는 여러 번 전투에 참전했던 병사는 승인된 두 가지 PTSD 약물에 대한 반응이 일반인의 3분의 1 또는 그보다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3회의 MDMA 투약 후, PTSD 환자의 67%는 장애의 징후가 사라졌다. 다른 약물이 사용된 경우 성공률은 23%에 불과했다. 또 다른 장기간 연구에서도 MDMA는 PTSD 환자 16명 중 14명을 치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대화 치료는 PTSD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PTSD 환자는 외상 기억을 떠올리는 도중 갑작스런 공포 상태에 빠져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그러나 엑스터시를 사용하면 PTSD 환자가 상처받은 기억을 재현할 때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이를 통해 두려운 기억이 편안한 것으로 재구축되며 PTSD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파퓰러매카닉스(Popular Mechanics)저널에 따르면, 엑스터시가 혈류에 들어가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 대량 방출된다. 세 개의 신경 전달 물질은 사용자가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MDMA를 복용하는 PTSD 환자의 뇌는 모든 신경 전달 물질이 넘쳐 흐르면서 동시에 고통스러운 기억을 회상하기가 쉽다. 그러나 MDMA는 PTSD 환자가 과거의 외상에 대해 더 생산적인 대화를 하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MAPS에 따르면 3단계 임상시험의 첫 번째 단계는 이번 가을에 시작된다. 공개 강의(open-label lead-in) 교육 연구가 시작된 후 2018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3단계 임상시험은 미국, 캐나다 및 이스라엘의 사이트에서 18세 이상 PTSD 환자 200~300명을 대상으로 한다. 무작위 배정된 참가자들은 MDMA 또는 위약을 3일 간 처방받게 된다. 이후 12주간의 치료 기간에 통합 처방을 받는다.

그러나 일부 심리학자들은 엑스터시를 치료 도구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MDMA 사용이 장기적으로 뇌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한 심리적 부작용도 제기됐다. 2011년 후속 연구에서 MDMA를 사용했던 그룹은 엑스터시의 다른 사용자들처럼 보통 사람보다 불법 약물을 사용하고 폭음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의 획기적인 승인으로 LSD와 마술버섯으로 더 잘 알려진 실로시빈(psilocybin) 등 다른 환각제에 대한 새로운 용도가 활발하게 연구될 전망이다. 이는 앞으로 PTSD를 비롯해 각종 정신 질환의 치료에 새로운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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