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항생제로 죽일 수 없는 세균에 노출되는 것보다 심각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세균이 하나 이상, 즉 '슈퍼버그'로 성장해 감염을 유발하는 것이다.

최근 미 미시간대 연구진은 슈퍼버그를 여러 항생제로 통제하려고 시도하면 할수록 환자 체내에 숨어 있는 다른 슈퍼버그를 오히려 배양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슈퍼버그를 세균 종류의 하나가 아니라 건강관리 체계 안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전체적으로 다뤄야 할 때가 왔다고 전했다.

미시간대 연구진은 간호 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노인 234명의 40%에게서 1개 이상의 다제내성균(multidrug-resistant organism)을 발견했다. 다제내성균이 있는 환자들은 요로감염증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세균과 항생제 사이의 상호작용을 맵으로 정리했다. 이 맵은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학회지(PNAS)>에 발표됐다.

이 맵은 헬스케어 관련 업체에 도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이 맵은 어떤 항생제가 어떤 다제내성균을 죽일 수 있는지 보여줄 뿐 아니라, 환자의 체내에 숨어 있는 다른 다제내성균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전반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항생제 처방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연구진은 항생제 처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이 연구는 미시간대 의과대학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 에반 스니킨 교수가 주도했다.

◇ 항생제 내성, 거대한 세계

연구진은 입원 환자에게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장기간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대상 환자의 2/3 상당은 1~50종의 항생제를 사용했다. 모든 환자들은 도뇨관을 사용해 소변을 봤다. 소변을 보는 중에 세균이 도뇨관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데, 연구진은 이 점에서 착안해 소변에 의한 감염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환자의 피부, 코, 목구멍에서 다제내성균이 공통적으로 대량 발견됐으며,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조이스 왕 박사는 "복잡한 상호작용이 관찰됐다. 6종의 다제내성균은 항생제별로 제각각 영향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다제내성균 군집화는 다른 다제내성균 유발 및 그에 따른 감염 확률을 증가시킨다"라고 분석했다.

다제내성균은 다른 다제내성균과 제각기 다르게 상호작용을 한다. 항생제를 쓰면 다제내성균 군집화 확률이 증가하며, 이는 결국 다른 다제내성균 군집화 확률을 높인다.

◇ 슈퍼버그의 힘

연구진은 가장 위험성이 큰 다제내성균 2종, 반코마이신내성장구균(vancomycin resistant Enterococcus, 이하 VRE)와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이하 MRSA)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항생제 내성이 있는 4종의 그람음성균도 연구했다. 그중 프로테우스 미라빌리스(Proteus mirabilis)는 카테터 관련 요로감염증을 유발했으며, 다수의 세균이 담긴 생물막을 형성했다. 이는 요소가수분해효소로 세균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수단으로 쓰인다. 나머지 3종은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 대장균(Escherichia coli),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었다. 이 세균들은 여러 가지 감염을 유발하는 탓에 병원에서 특히 제거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균이다.

스니킨 교수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계에서 학술적인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병원과 병원 치료가 끝난 후에 가거나 장기간 거주하는 간호 시설 전체에 연결돼 있는 다제내성균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결실 없는 노력일 뿐이다. 우리는 병원에서 이뤄지는 어떤 임상 치료가 다제내성균 확산을 유발하는지 알아야 한다. 다른 다제내성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제내성균을 막기 위해 특정 항생제를 이용하는 것, 이에 대해 아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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