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 및 멕시코의 토착민족으로 상징적인 예술작품과 건축물 상당수를 남긴 마야 민족은 과거 수백여 년간 확장 및 번영을 거듭해온 도시, 티칼을 떠났다. 이에 의구심을 품은 학자들은 도시가 폐허가 된 이유를 오랫동안 연구해 최근 그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식수가 오염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9세기 중반 버려진 도시, 티칼

티칼 저수지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 마야 민족이 가뭄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던 당시 독성 해조류와 수은으로 티칼의 식수가 오염됐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시내티대학의 고생물학자 데이빗 렌츠 박사와 연구팀은 연구의 주요 목적을 과거 문명과 고대인의 흥망성쇠를 이해하는 데 두었다.

연구팀은 9세기 중반 마야 민족이 티칼 도시를 버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토양 지구화학과 고대 DNA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장기적인 건조 시기로 인해 강이나 호수 같은 영구적인 수역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때 강력한 정치, 상업, 의식의 허브였던 도시가 취약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는 지하수면에 접근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저수지에 의존했다. 당시 저수지는 우기에 물을 가득 채웠다. 티칼 시민들은 채수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광장을 비스듬하게 포장했다. 그빗물을 저수지 방향으로 흘려보내기 위해서다.

2009~2010, 연구팀은 티칼의 저수지 4곳의 깊은 단층에서 침전물 샘플을 채취했다. 그리고 고대 저수지 시스템이 고대 마야 문명을 유지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큰 저수지 두 곳이 수은과 독성 해조류로 오염됐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은 오염은 황화수은이나 무기질 진사로 인한 것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고대 마야인들은 수은 기반 광물을 채취해 산화철과 혼합시켜 염료 및 색소 목적으로 사용하는 붉은색 분말을 만들었다. 고대 마야 도시의 상급 계층 묘지 내부 장식에서 이 붉은색 코팅을 찾아볼 수 있다. 고고학자들은 고대 도시 무덤 하나를 발굴하고 그 안에서 분말 진사 20파운드 가량을 찾아냈다.

티칼 시민들은 주요 왕궁과 도시 사원에 진사를 사용했다. 이 수은 함유 분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 탓에 우기에는 저수지로 흘러 들어갔다. 그 결과, 이 유해물질이 티칼 지도층뿐만 아니라 엘리트 수행원들이 사용하는 식수원까지 흘러가 고대도시의 지도층 가정 사람들은 수은이 입혀진 음식을 먹는 꼴이 됐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마야인들이 티칼을 버린 또 하나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독성 남조류 때문이다. 저수지 침전물에서 채취한 샘플의 고대 DNA 분석 결과, 독소 생성 해조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렌츠 박사는 심지어 이 해조류는 물에 끓여도 독성이 잔존한다고 말했다.

800년대 티칼의 주요 저수지 두 곳에는 남조류 번식을 유도하는 영양소 인이 풍부하게 들어있었다. 마야인들이 이 저수지에서 수세기 동안 도자기와 숯을 씻어낸 것 때문에 다량의 인이 축적된 것이다.

고고학자 케네스 탠커슬리 박사는 결국 저수지 물이 오염돼 보이고 맛도 변질돼 당시 사람들이 더 이상 해당 저수지의 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렌츠 박사와 연구팀은 저수지 두 곳을 잃은 후 마야 시민들의 삶이 피폐해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 발표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820~870년대는 심각한 가뭄 시기였다. 오염된 식수와 심각한 가뭄을 고려했을 때, 당시의 지배자는 신에 대한 제의를 거의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오염된 물이 티칼 쇠락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분석했다. 도시의 핵심 저수지가 생활을 유지하는 원천에서 질병을 유도하는 원인으로 바뀌면서 역사적인 도시를 포기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멸망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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