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덴마크 오르후스대학의 연구진이 희귀 원소인 하프늄(Hf) 동위 원소를 기반으로 로마 시대의 최고급 유리의 기원을 이집트로 추적했다. 로마의 유리에 얽힌 오랜 미스터리가 풀린 것이다.

고대 로마의 유리는 부유한 사람들만 구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상품이었다. 뜨거운 유리를 불어서 다른 형체를 만드는 기술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작은 크기의 유리만 생산됐다. 현대 연구진은 투명한 유리, 특히 고급 품질을 자랑하는 알렉산드리아 유리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오랜 시간 논쟁해 왔다.

덴마크 연구진의 해당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지구과학자 그리 바포드와 연구진은 요르단 북부 고고학 유적지에서 찾은 37개 유리 조각을 분석했다.

레반트에서 생산된 알렉산드리아 유리와 망간 유리를 비교한 이전 연구가 있기는 했지만 샘플이 동일한 비율의 동위 원소 네오디뮴과 스트론튬을 함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을 구별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네오디뮴이나 스트론튬 대신 하프늄의 동위 원소 비율을 조사했다.

분석에 따르면 하프늄의 비율은 망간으로 탈색된 알렉산드리아 유리와 레반트 유리를 구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로마 유리 산업은 서기 1세기경에 대대적으로 확장됐다. 로마 제국의 가정집은 모자이크 창문을 만들기 위해 색이 있는 유리를 많이 사용했다.

연구진은 알렉산드리아 유리가 이집트에서 제조된 것으로 알려진 유리와 비슷한 하프늄 비율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며 알렉산드리아 유리가 사실은 이집트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 저자 런던대학의 고고학자 이언 프리스톤은 "초기 물질의 기원을 명확히 하는 데 있어 하프늄 원소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하프늄 동위 원소는 고대 경제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다음 단계는 이집트 현지 해변 모래의 화학적 구성과 유리 샘플에서 발견된 화학적 구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유리는 하프늄 비율이 각기 다르다. 이집트 유리에는 하프늄이 지속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이 포함돼 있다. 다만 레반트에서 생산된 유리에 비해서는 동위원소의 비율이 낮다. 나일강의 움직임에 따라 모래가 이동한 다음 레반트 해안을 휩쓸고 지나간다. 모래는 물의 흐름과 물 내부의 지르콘 결정에 따라 계속해서 움직인다. 무거운 모래는 더 일찍부터 이집트 해변에 정착하고, 가벼운 모래는 더 멀리 이동하는데, 바로 이런 이유로 이집트 유리에 하프늄이 더 많이 포함돼 있다.

바포드는 고대 로마 최고 품질의 유리의 기원을 밝혀낸 것이 매우 보람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집트와 레반트의 유리에 속한 하프늄 동위 원소의 비율이 다른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연구진이 생각하는 가능성은 지르콘이 동위 원소 비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레반트와 이집트 해변 모래의 화학적 성질을 분석해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리산업에서 만들어지는 4가지 주요 제품은 유리 용기, 구입한 유리로 만든 제품, 블로우 유리 혹은 압축 유리, 평면 유리로 구성된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유리 산업은 연간 0.1%의 속도로 증가했다. 유리 산업이 성장하는 주요 원인은 유리 벽돌, 유리 벽 등 건축 분야에서 평면 유리가 다양하게 가공돼 사용되기 때문이다. 유리는 이외에도 창문, 샤워 부스, 거울, 문 등에 쓰인다.

한편, 고대 로마의 역사를 다루는 사이트 UNRV에 따르면,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통치 기간에 로마를 비롯해 이탈리아 내 다른 지역에서 유리 제작이 번성했다고 한다.

오르후스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고대 유리 산업의 중요한 측면뿐만 아니라 고대 경제와 상품의 이동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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