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용주는 직원들의 재택 및 원격근무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보다 더 중대한 문제가 있다. 바로 직원들의 번아웃이다.

지난 7월 한 온라인 고용 플랫폼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19 팬데믹이 오래 이어지면서 재택근무 중인 미국인들이 빠르게 지치고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번아웃 증상을 느끼고 있었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자 33억 명 중 81%가 코로나 19 팬데믹 동안 일터가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문을 닫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재택 및 원격근무 번아웃이 발생하는 이유는 집이나 편한 장소에서 근무함에도 노동자의 59%가 평상시보다 더 적은 시간을 쉬고 있었고, 42%는 일로 인한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푸는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탕비실이나 기타 휴게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집에서는 어렵다. 업무에다 집안일까지 동시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에너지 고갈, 피로, 직업과 관련된 냉소적 또는 부정적인 감정, 직업적 효능 감소로 특징 지어지는 만성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재택근무자들의 스트레스 1위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자녀들이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월급이 삭감되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다. 뉴헤이븐대학 심리학과의 멜리사 휘트슨에 따르면 직원들은 재택 및 원격근무를 하면서 더 큰 압박을 느낀다고 한다. 계속해서 열심히 일해서 자신이 좋은 직원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해고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사 브라이언 로빈슨 박사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일을 천천히 하거나, 휴식을 연장한다고 해서 번아웃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번아웃이 발생한 순간 사람들은 단순한 피로 이상의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멘탈헬스아메리카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40%는 팬데믹 기간 번아웃을 경험했고, 37%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 근무하고 있었다. 56%는 근무 시간의 유연성을 원했고 43%는 정신 건강의 날이나 휴가를 원한다고 답했다.

실직자의 47%, 고용자의 42%가 현재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거나 높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다수는 직장 스트레스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51%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정서적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32%는 요가, 45%는 명상, 37%는 가상 운동 수업 등 직장에서 제공되는 가상의 정신 건강 솔루션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더 건강한 재택 및 원격근무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

재택 및 원격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이 번아웃을 겪지 않도록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집에서 근무를 하면 집안일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질 수 없다. 이럴 때는 실질적인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방 한 칸, 혹은 커튼으로 구역을 나눌 수 있는 거실 내 공간을 업무 공간으로 지정하고, 이곳에서만 회사 일을 한다. 회사 일이 마무리됐다면 커튼을 쳐놓거나 방문을 닫아두거나 노트북을 옷장이나 서랍에 넣어서 휴식을 취할 때 회사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한다. 계속해서 회사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번아웃이 쉽게 온다.

두 번째는 업무 시간 이외에는 업무 알림이나 이메일 알림 등을 꺼두는 것이다. 상사나 팀원들에게 응답 가능 시간을 알려주고, 업무 시간이 아닐 때는 휴대전화를 확인하지 않는다.

업무 시간에는 개인적인 일로 업무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업무에만 집중한다. 업무 시간에 개인적인 일을 하게 되면, 초과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러면 피로와 스트레스를 느끼기 쉽다. 또 번아웃이 온 것 같다고 느낀다면 정신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증상을 설명하고 상담을 받아도 좋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79%가 번아웃이라는 용어와 그 정의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나이가 많을수록 번아웃에 대한 인식이 덜해졌는데, 번아웃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가장 적었다.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직장 업무로 인한 번아웃을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인들은 57%, 미국인은 50% 정도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기업은 번아웃을 예방하는 데 그다지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번아웃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기업이 있지만,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30시간 미만으로 운영하는 곳이 17%, 31~40시간이 23%, 41~50시간이 27%, 51시간 이상이 20%였다.

 

한편, 2019년에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으로 꼽힌 것은 직업군인이었다. 스트레스 지수 점수는 72.58점이었다.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직업은 진단의료 초음파 기사로 스트레스 지수 점수가 5.07점이었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직장 업무에 대해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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