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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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폐기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 개개인의 엄격한 분리배출로는 효과가 낮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이 환경문제를 위해 실천해야 하는 행동을 셰익스피어의 독백에 비유해 눈길을 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의 유명한 독백 중 하나인 '인간의 일곱 나이대(The Seven Ages of Man)'에서 세계를 무대에 빗대 묘사했다. 그로부터 몇 세기 후, 스웨덴 출신 16세의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버그(Greta Thunberg)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기업의 대표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셰익스피어의 독백을 인용했다. 그 내용인 즉슨, 지금 우리의 '무대'는 불타고 있으며 여러 기업들이 그 불을 지피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주요 기업을 지적한 것은 툰버그만은 아니다. 중앙은행이나 기업의 직원들, 그리고 주주들 역시 기업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몇몇 기업의 고위 이사들이 이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시가 총액으로는 총 6조 달러 이상이 되는 200개 이상의 기업이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저감과 관련한 결의안을 약속하고 있다.

르노(Renault)와 같은 자동차 기업에서 마스(Mars) 같은 제과업체까지, 다양한 기업들은 국제적으로 권장되고 있는 목표인 '지구 온도 상승을 2ºC로 제한'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툰버그가 지적한 방법에서 착안하여, 경제 전문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마지못해 하는 약속부터 진보적인 발전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실천하는 행동을 셰익스피어적으로 비유한 일종의 지침을 발표했다. 이 비유는 첫 번째 나이대로 '간호사 품에서 물을 마시고 토하는(mewling and puking in the nurse’s arms)' 어린 시절을 묘사하는데, ,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업계를 나타낸다. 지난 2세기 동안 제품을 생산하면서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온 화석연료 업계는 지난 30년 동안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려는 모든 노력에 반대 입장을 내세워 왔다.

탄소 배출권 세금 책정에 대해 불평하는 기업들

석유 기업들이 좀 더 충실하게 계획을 따르는 동안, 석탄을 활용하는 업계가 탄소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최대 석유 및 가스 업체 중 하나인 엑손모빌(ExxonMobil)은 향후 10년 동안 생산량을 25%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여전히 시대에 뒤쳐진 기업도 존재한다. 그러나, 로얄 더치 셸(Royal Dutch Shell)과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 같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탄소 발자국을 모두 공개하고 석유보다 저탄소 가스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약속을 맺어 세계 각지의 찬사를 얻고 있다. 게다가 이 석유 회사들은 자본 지출의 1.3%를 재생 에너지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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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발전, 철강 같은 산업은 오늘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업계는 셰익스피어가 언급한 두 번째 나이대인 '학교에 가고 싶어하지 않아서 달팽이처럼 기어오는 징징대는 학생(The whining schoolboycreeping like snail unwillingly to school)'에 비유된다. 이 업계가 배출량을 억제하기 위한 재생 에너지 의무와 탄소 배출량 결정 계획에 대해 계속 불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주된 변명은 탄소 배출 규정이 비교적 느슨한 국가에서 탄소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업계의 몇몇 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의무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 회사인 달미아 시멘트(Dalmia Cement)2030년까지 오로지 재생 에너지 만을 사용할 것을 목표로 삼았고, 최근에는 고탄소 석탄 사용을 점점 줄이기 시작했다. 달미아 시멘트의 대표인 마헨드라 싱기는 2040년까지 제로 탄소 배출량 실현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결정과 실행이 이 업계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감안하면, 달미아 시멘트의 목표는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또한 하이델베르크 시멘트 역시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과감한 공약을 내걸었다.

얻는 것과 잃는 것 사이에서

세 번째 나이대는 변덕스러운 연인 때문에 짓는 '용광로같은 한숨(sighing like a furnace)'으로 묘사되었다. 이는 기후 정책에 의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기쁨(이익)과 고통(손실) 사이에서 마치 연인처럼 갈팡질팡하게 될 화물 운송, 광업 및 화학업과 같은 업계를 뜻한다. 예를 들어, 화석 연료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플라스틱과 연료를 제한하고 비행과 운송에 탄소 배출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로 인해, 제너럴 일렉트릭과 같은 기업은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또한 화석연료 기술을 두 배로 줄여야 하는 대기업들은 매출 손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과 같은 기업은 대량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종류의 산업 자재와 장비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얻게 될 새로운 이익을 전망하며 즐겁게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나이대는 이미 탄소 배출권 저감 분쟁에 뛰어든 기업들이 포함된 업계에 비유된다. 셰익스피어에 따르면, '명예는 시샘하고, 전투는 빠른(“jealous in honor, sudden and quick in a quarrel)' 군인들이다. 이 업계는 이미 기후와 관련된 혼란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기업은 자신들의 오명을 반박하기 위해 전기 자동차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기업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성공함에 따라, 경쟁사들 역시 저탄소 자동차를 생산하는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 기업인 다임러는 최근 2039년까지 탄소중립(carbon-neutral) 자동차를 개발할 계획을 밝혔다.

게다가, 네슬레나 유니레버 같은 소비재 회사들은 환경을 의식하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미 탄소 배출 저감의 미래를 향해 과감히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기업도 있다. 이들은 '현명한 말로 가득 찬(full of wise saws)' 재판관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식료품 체인 중 하나인 월마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세계야생기금(WWF)과 협력해왔다. 또한 2030년까지 10만 개의 지점에서 그동안 누적된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갈 것을 약속했다.

여섯 번째 나이대는 기후에 대해 '큰 남자다운 목소리(big manly voices)'를 내는 자본가들에 비유될 수 있다. 3년에서 5년 후에도 수익이 보장되는 프로젝트에 자본을 투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 정부는 탄소 배출에 대해 널리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매체는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셰익스피어가 '한낯 잊혀지는(mere oblivion)' 시기에 빗댄 일곱번째 나이대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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