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 사회가 진화할수록 여성의 권익이 크게 신장되기는 했지만, 여성은 여전히 차별과 폭력에 노출돼 있다. 현대 사회도 결코 여성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여성은 여전히 성적 폭력과 학대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70%가 연인이나 남편으로부터 신체적, 언어적 성폭력을 한 번 이상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우울증,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낙태 확률이 높아진다. 2017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8만 7,000명의 여성이 연인이나 남편에 의해 고의로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인권 상황이 열악한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강간 사건이 50만 건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성의 40% 이상은 일생에 한 번 이상 강간 피해자가 된다.

신고된 사건만으로도 이러한 수치가 나오는데, 신고되지 않은 강간 사건까지 합치면 피해자 수는 더 높아진다. 강간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낙인과 불신 때문이다.

강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에 신고를 한 후에도 여성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법과 처벌은 성폭력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을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 간 성폭력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미투’ 등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됐다. 이를 통해 과거 터부시 되던 성폭력이 재조명됐다.

하지만 사회가 이처럼 여성을 향한 폭력의 실질적 영향을 이제 막 인지하기 시작했음에도 애초에 이러한 성폭력을 유발한 ‘강간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강간 문화’란 성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면서 용인하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강간 문화를 무의식적으로 용인한다.

강간 피해자에게 왜 사고 장소에 있었는지, 당시 왜 야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지, 왜 부주의했는지를 묻는 등 강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강간을 용인하는 대표적인 행위다.

강간 문화가 이처럼 성폭력을 유발함에도 사회 주류가 이를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심각한 문제다. 사회학자들은 행동과 관습, 성과 강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성과 강간에 대한 사람들이 표출하는 의견, 성과 성폭력에 대한 문화적 표상 등이 강간 문화를 조성한다고 설명한다.

강간 문화라는 표현은 1970년대 미국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성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성폭력을 오히려 피해자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나온 용어다.

‘강간 문화의 변형’이라는 저서의 저자 에밀리 부쉬왈드는 강간 문화를 ‘남성의 성적 공격성을 부추기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일련의 믿음’이라고 정의했다. 폭력을 성적 매력으로 간주하는 사회가 강간 문화를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또한 강간과 성폭력은 남성성을 드러내기 위해 불가피한 행위라는 잘못된 인식도 강간 문화를 부추긴다.

강간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므로 이를 예방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어긋난 인식이 이러한 문화를 조장한다.

성폭력과 관련된 농담과 성폭력을 희화화하는 발언도 강간은 큰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킨다.

이러한 강간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남성이 ‘합의’라는 개념을 배워야 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는 여성 자신에게 있으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볼 권리가 남성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강간의 잘못은 피해자의 옷차림과 행동이 아니라 가해자의 폭력에 있다는 사실을 사회적,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강간 문화의 폐해를 줄이는 것은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일이 아니다. 이는 남성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성폭력 근절은 개인의 힘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성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움직이면 강간 문화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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