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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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에서 유류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생태계와 인근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사고가 크게 발생하더라도 그동안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쉽지 않았다. 최근 KIOST 연구진이 유류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한 시간 이내에 사고 원인을 밝혀낼 방안을 개발해 이목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유과정을 거쳐 용도에 맞게 기름을 생산한다. 원유는 해상운송으로 수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류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는 크다. 생태계가 오염돼 수많은 해양생물이 위험에 처하며 어업인들은 조업활동을 할 수 없다. 관광객의 발길은 줄어들이 지역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2007년 국내에서도 유류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태안 앞바다에 12,547킬로리터의 원유가 유출된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임운혁 책임연구원은 사고 발생 1시간 내 유지문(油指紋)을 감식할 수 있는 현장용 기술을 개발했다. 유류유출 사고 발생 시 과학적인 수사기법의 한 가지 방법으로 유지문 감식을 통해 원인을 규명한다. 기존에는 해역에서 채취한 기름을 실험실로 가져와 전처리 및 고가의 장비로 정밀분석을 거쳐야 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각각의 기름이 갖고 있는 고유의 화학적 조성이 있다. 이를 유지문이라고 일컫는다. 석유가 만들어질 때 유기물의 성분비, 생산 공정 등에서 차이가 발생해 기름마다 특징이 다른데, 정밀한 분석을 통해 성분 확인이 가능하다. 해상 유류사고 발생 시 유출된 기름과 사고해역을 지나거나 인근 선박의 기름을 채취한 뒤 유지문을 비교분석한다면 유류를 불법으로 배출한 선박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유지문 감식기술은 혐의선박의 도주를 막고 어민의 조업 재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성정확성이 요구된다. KIOST 연구진은 간단한 장비와 빅데이터 해석 알고리즘을 결합해 현장용 유지문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에는 빅데이터 해석기법의 일종인 케모메트릭스를 활용해 현장용 장비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지문 감식 알고리즘이 적용되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과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에 게재되었다.

임운혁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감식기법은 사고현장 도착 후 1시간 내로 유지문 감식을 완료할 수 있을 정도로 처리속도가 빠르다. 정확도 역시 기존 실험실에서 진행되던 정밀 감식기법의 90% 수준으로 신뢰성 또한 높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개발된 알고리즘은 현장용 장비에 적용 가능해 각종 유해물질 모니터링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장용 유지문 감식기술은 해양오염사고와 오염 행위자 간 연관성을 입증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KIOST는 앞으로도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 서식처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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