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급물량 증가로 한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자 연중 20% 할인을 진행해 소비를 촉진한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홍콩·말레이시아 등으로 한우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수급 안정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암소를 감축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한우 도매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우 수급 안정 대책을 12일 발표했다.

먼저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사육 마릿수는 올해 358만 마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도축 물량은 95만 마리로 전년보다 8만 마리 증가하며 내년까지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이러한 공급 물량 증가로 인해 한우 도매가격은 추세적으로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내년까지는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도매가격이 크게 하락해 평년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 설 성수기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올해 1월 한우 도매가격은 ㎏당 1만5904원으로 전년(1만9972원)보다 20.4% 하락했다. 평년(1만9037원)과 비교해도 16.5%나 가격이 내려갔다.

2019년부터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가 계속돼 왔지만, 2020~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가정 수요 증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에 따라 수요가 많이 늘면서 사육 규모가 지속해서 커졌다.

반면 올해는 경기 위축 우려 등으로 고급육인 한우 수요가 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직간접 유통비용을 포함한 소매가격 구조상 도매가격이 하락한 비율만큼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추가적인 수요 창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한우 등심 1등급 기준 소매가격은 100g당 9741원으로 전년보다는 12.9% 하락했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4.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도 1등급은 100g당 4234원으로 전년보다 11.9%, 평년보다 9.6% 가격이 내려갔지만 도매가격 하락 폭보다는 작았다.

정부는 도매가격 하락세가 심화되고 장기화될 경우 생산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농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한우 산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한우 추가 공급 예상 물량 2만4000t에 대한 추가 수요를 창출해 중소농의 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농협과 협력해 전국 980개 농협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2023 살맛나는 한우 프로젝트'를 전개해 연중 전국 평균 가격 대비 20% 낮은 수준으로 판매한다.

또 한우 소비 비수기인 2~3월, 6~7월, 10~12월 전국적인 추가 할인행사 '소프라이즈~ 2023 대한민국 한우 세일'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수요 감소로 인한 한우 도매가격 급락을 최대한 억제할 예정이다.

대형 가공·급식업체 등에서 제조·사용되는 육가공품, 식재료 등에 쓰이는 육류도 한우로 대체한다. 식재료 등을 한우로 변경하고자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신청받아 차액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우 수출도 확대한다. 한우 검역 문제로 인해 현재까지는 홍콩을 중심으로 지난해 기준 약 44t의 수출이 이어졌다. 하지만 오는 5월 우리나라의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과 함께 올해 한우 수출을 200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약 700~1000마리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홍콩 바이어 및 유통업체, 외식업계 대상 홍보 행사, 현지 소비자 시식 체험, 한우 요리법 경진대회 등 대(對)홍콩 수출 프로모션도 대폭 확대한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올 상반기 중 한우 도축장의 할랄(halal)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한우 수출협의회를 구성해 수출용 한우 공동 브랜드 개발 및 한우 수출 확대를 위한 저등급·냉동육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한우 자조금 등을 통한 수출 물류비용 지원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농가 경영비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사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사료 구매자금(금리 1.8%·총 1조원)의 한·육우 농가 배정 비율을 50%에서 60%로 확대한다. 국제 사료 곡물 가격 인하, 환율 안정 등을 반영해 배합 사료 가격 인하도 유도한다.

근본적으로 농가 사료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책도 병행한다. 우선 국내산 조사료 생산 확대를 위해 논 하계조사료 7000㏊를 확보했다. 또 하계조사료를 재배하는 농가에 ㏊당 430만원의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한다.

사일리지(발효 풀 사료) 제조비 지원 단가도 지난해 t당 6만원에서 올해 6만3000원으로 상향했다. 수입 조사료의 경우 할당관세를 평년 80만t 대비 40만t 늘릴 방침이다.

한우 가격 급락으로 경영이 악화된 농가에 대해 농업경영 회생 자금을 지원해 1%의 저리로 대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농업용 부채를 가지고 있는 한우 농가에 평가를 거쳐 이자 상환 부담을 줄여주고 경영안정을 위한 대환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역 축협의 직매(경매를 거치지 않고 매매) 비중도 현재 40%에서 50%로 확대한다.

한우 도매가격 하락이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점을 고려해 중장기 수급관리 체계도 정비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암소 14만 마리를 감축할 계획이다. 당초 2021년부터 농가 신청을 받아 감축하고 있던 암소 9만 마리에 더해 농가 자율적으로 5만 마리를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다.

유통구조도 효율화를 꾀한다. 한우 소매가격은 유통비용으로 인해 도매가격 하락 폭만큼 내려가기 어려운 구조다. 소매가격은 납품 가격과 인건비, 운영비, 이윤 등을 반영해 판매점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농협의 축산물 가격 선도 역할을 강화해 유통채널 간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농협경제지주가 한우를 판매하는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도매가격 변화 폭을 주 단위로 반영해 권장 판매가격을 제시하는 방안이다.

할인행사가 없는 경우에도 전국 평균 가격에 비해 20% 낮은 가격에 한우를 판매하도록 하고 직매 비율을 확대해 유통 비용을 낮출 예정이다.

김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으로 소비자는 한우를 부담 없이 구매하고 중소농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우 수급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전업농과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암소 감축에 힘쓰는 등 적극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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