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지난 2월에 이어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이 4% 초반대로 낮아진 데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 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영향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상승률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며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은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면서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부동산 경기 둔화로 금융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고, 긴축적인 금융여건은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며 "물가 뿐 아니라 금융 안정도 함께 고려하는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며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효과에 따른 경기 충격 정도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고물가, 고금리로 소비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 왔던 수출도 부진해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명분도 약해 졌다. 

민간소비와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를 기록해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반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역성장을 나타내면서 한국이 '기술적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미 금리차도 확대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은의 동결 결정으로 미국과의 기준금리(4.75∼5.0%) 격차는 1.5%포인트로 유지됐다. 이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자본유출로 인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