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2월 이후 6차례 금리 동결
물가·경기·가계부채 등 딜레마
이·팔 분쟁에 국제유가 불확실성 높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통방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 2월에 이어 6차례 연속 동결이다.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불확실성에 따른 물가 상승 등 인상 요인도 있지만, 중국 경기 불안에 우리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가계부채 취약차주와 부동산PF 등 금융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이유이다.

한은 금통위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올해 2월부터 6회 연속 금리 동결을 이어갔다.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동결 배경을 보면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근원물가도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파급영향 지속 등으로 둔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가는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미진한  가운데 중국 부동산업체 부실 리스크는 중국 경기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우리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 분쟁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부진 완화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면서 금년 성장률도 지난 8월 전망치(1.4%)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통화정책 운용도 물가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이제는 성장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은 최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 2.4%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에 금리 인상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가 확대에 자본 이탈 우려가 높아진다. 최근 1350원대인 원·달러가 치솟으며 외환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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