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가 이미지를 보면서 작업할 수 있는 패치클램프를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수십 년 전에 개발된 패치클램프 기술은 신경과학자들이 뉴런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를 기록할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과학자들은 지금도 이 기술을 이용해 뉴런이 다른 세포와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는지 등 여러 기능을 밝혀내고 있다. 하지만 패치클램프는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들조차 배우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 MIT가 패치클램프 자동화에 성공하면서 이 기술을 더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MIT가 개발한 패치클램프는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현미경 이미지를 분석하고 로봇 팔을 조종해 표적 세포를 정확히 겨냥할 수 있다. 기존 패치클램프와 달리, 뉴런을 1개 단위로도 연구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화된 패치클램프는 인지, 감각, 감정 등 다른 뉴런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밝히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경장애가 뉴런의 회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연구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에드 보이던은 "뉴런들이 소통하는 과정을 아는 것은 기초뇌과학과 임상뇌과학의 근본이다. 우리는 신경 연산 혹은 질병 상태와 관련해 세포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패치 클램프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보이던은 MIT의 생물공학, 뇌, 인지과학 교수로, 미디어연구소 및 맥가번뇌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연구는 <뉴런>에 발표됐다.

패치클램프 자동화에 이르기까지 약 30년이 넘도록 뇌과학자들은 패치클램프로 뉴런의 전기 신호를 기록하고 있다. 패치클램프는 쉽게 말하자면 작은 유리 피펫을 뉴런의 세포막에 밀착시켜면 작은 구멍이 생기는데, 이를 통해 이온에 의한 전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예상할 수 있듯 패치클램프는 살아 있는 포유류의 뉴런에 실시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기술이다.

패치클램프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이미지를 보면서 작업할 수 없는 '블라인드' 방식인데, 이름처럼 제약이 있다. 어디에 세포가 있는지 알 수 없을 뿐더러, 피펫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세포부터 정보가 기록되기 때문에 원하는 세포만 공략할 수 없다. 반면 이미지를 보면서 작업할 수 있는 유형은 원하는 세포를 표적으로 정할 수 있다.

5년 전, 보이던이 이끄는 MIT 연구진과 그레이그 포레스트가 주도하는 조지아공대는 패치클램프 블라인드 버전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임피던스 수치를 활용해 피펫을 세포로 접근시킬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전기임피던스는 전류가 흐르기 어려운 정도를 표시해 주는 수치다. 예컨대 세포가 주변에 없으면, 전류 및 전기 임피던스가 약하다.

피펫은 세포를 감지하면 세포막을 관통하지 않도록 즉시 움직임을 멈춘다. 이후 진공 펌프가 세포막에 흡착해 씰(seal)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극은 세포 내부의 전기 활동을 기록해 준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해 정확성을 높였다. 하지만 표적 세포만 공략할 수는 없었다. 뇌과학자 대부분은 자기 연구와 관련 있는 세포만 살펴보고 싶어 한다. 보이던은 "자폐증 관련 세포나 조현병을 유발하는 세포, 기억을 저장할 때 활성화되는 세포를 연구하고 싶다. 관심 있는 세포 하나를 찾기 위해 1,000개의 세포에 패치를 붙이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표적만 연구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연구진은 이미지를 보면서 작업할 수 있는 패치클램프 기술도 자동화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미지형 패치클램프 기술은 의외로 수동 조작이 어렵다. 연구자가 현미경으로 표적 뉴런과 피펫을 볼 수 있지만, 피펫이 뇌에 삽입됐을 때 근처 세포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의 또 다른 주요 저자인 석호준 박사는 "이는 섬세한 조직인 뇌 안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작업이 기계에게는 쉽다. 세포가 있는 곳을 계속 추적하면 되기 때문이다. 기계는 자동으로 현미경의 초점을 움직일 수 있다. 자동적으로 피펫을 움직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러 개의 이미지 처리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연구진은 피펫을 25μ 크기의 표적 세포 안으로 보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알고리즘은 이미지와 임피던스를 함께 사용한다. 그런 점에서 더 정확하게 피펫과 표적 세포의 접촉을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2광자 현미경 검사를 통해 세포를 이미지로 촬영했다. 2광자 현미경 검사는 펄스 레이저로 적외선을 뇌에 보낼 때 흔히 활용된다. 형광성 단백질을 표현하도록 조작된 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자동화된 패치클램프를 사용함으로써 연구진은 표적을 정확히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뉴런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뉴런과, 추상세포라고도 하는 흥분성 뉴런에 대한 정보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성공률은 20% 정도였는데, 이는 고도로 훈련된 과학자들이 직접 작업했을 때의 성공률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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